드라마속 종합상사의 모습과 현실의 차이는 얼마나 있을까요? 드라마 미생의 연출을 도와준 분은 전직 종합상사 영업맨 출신이라고 합니다. 또한 원작만화의 작가인 윤태호 님께서도 많은 현직자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만화에 담은 내용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상당히 디테일이 살아있고 종합상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현업을 해보지는 않았으니 일부 드라마/만화 속의 모습은 약간의 과대 혹은 과소 평가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럼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종합상사에서 과장이면 팀장인가?

 

Tvn드라마 <미생> 中

자원개발팀 중요 서류 중 B/L 분실로 정 과장은 영업 3팀 오 과장에게 전화하여 영업 3팀에서 B/L 서류를 전달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출하는데...

 

극중에서 각 팀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들은 모두 과장 인데요.

오 과장은 영업3팀에서 신규아이템, 잡다한 아이템을 맡고 있고, 정 과장은 잘나가는 마 부장 아래에서 자원개발팀을 맡고 있습니다.

 

일단 과장은 팀장이 아닙니다. 드라마에서 표현하는 과장은 현실에서 차장/부장 (혹은 그 이상)의 직급레벨입니다. 일반적으로 종합상사에서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기 위해서 최소 차장이상의 직급을 달면서 시작하고, 극중 나이대로 보아서는 과장 직급의 팀장들은 40대 이상인데, 대기업에서 차장 이상급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업 및 종합상사에 과장 레벨은 약 30대 중반으로 각 팀에서 팀장 아래급 정도의 직원이 되겠네요.

 

아울러, 악역으로 나오는 마부장, 오상식 과장의 상사인 김부장 등 역시, 현실에서는 상무급 정도의 임원을 표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젝트 단위 (TFT) 의 임시 팀장이 아닌 이상, 과장급이 현실판 종합상사에서 한 팀을 이끄는 팀장 직책을 다는 경우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 예시 = 

* 직급 :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등 직의 레벨

* 직책 : 팀장, 본부장 등 직무상의 책임과 권한 명칭

 

  예를 들어, 모 거래처에 두 사람은 같은 부장직급인데, 한사람은 팀장직책의 부장이고 한사람은 일반담당의 부장이다. 그럼 누가 회사에서 더 높을까? 아주 당연히 팀장직책을 가지고 있는 부장직급의 사람이 더 높다.

 

 

B/L 등 선적 서류등 계약 Process 상의 업무를 옆팀과 협업을 진행 할까?

 

Tvn드라마 <미생> 中

 

B/L 분실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 결국 자원개발팀에 있던 B/L 서류를 찾았고, 오 과장은 정 과장에게 사과하라고 엄포를 놓는데..

드라마에서 자원개발팀이 진행하는 오더 서류에서 B/L이 영업 3팀에서 건너오지 않았다고 하여 한바탕 소동이 이루어졌는데, 결국 서류는 자원개발팀 캐비닛에 있었고 해프닝으로 끝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일단 선적서류 업무 자체를 옆 팀과 협업하거나, 유가증권인 B/L을 옆 팀과 공유하는 사례는 없습니다.

 

B/L은 Bill of Lading의 약자로 물품의 인도를 청구하는 유가증권, 즉 서류를 가장한 돈 (=물건) 인데요.
우선 자원개발팀과 영업 3팀이라는 같은 아이템을 진행하지 않는 두 팀이 같은 B/L을 공유하지도 않을뿐더러, 영업 3팀에서 자원개발팀의 B/L을 주는 업무의 개념 자체도 성립할 수 없습니다.

하나의 오더에서 물품이 선적된 이후, 해당 영업팀의 서류직원이 수입자가 개설한 L/C (혹은 T/T의 경우, 수입자 요구사항에 맞춘) 에 따라 Shipping Request 를 발행하고, 선적전 (혹은 후) 발행된 B/L Draft 검토를 마친 후, 최종적으로 선사의 원본 B/L 을 발급받아 은행을 통해 서류네고 및 수입자 향 발송 과정을 거칩니다.

따라서, 자원개발팀이 오더의 완결에 필요한 B/L이라면 자원개발팀에서 발행하고 은행네고을 위한 업무준비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또한, 정말로 분실이 됐다면 저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선사에 분실 신고 및 재발급을 위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너무 느긋하지요.

드라마에서는 아주 중요한 서류가 분실 (실제로도 정말로 중요한) 되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 설정한 내용으로 보이는데, 굳이 B/L로 저 상황을 만들었을까 .. 더 다이나믹 한 것이 많은데 ㅎ 아쉽네요.

 

 

종합상사는 을(乙) 영업 인가?

 

Tvn드라마 <미생> 中

영업 3팀은 월마트 향으로 소비재 공급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교섭이 쉽지 않았고, 그러는 도중 월마트의 계약 결정권자가 오 과장의 친한 고등학교 동창인 것을 확인하고 거래 성사 기대감에 기뻐하는데..

드라마에서 영업 3팀이 지속해서 거래를 공략했던 업체는 오 과장이 소싯적 괴롭혔던 친구가 중요한 결정권자로 있는 회사였습니다.

 

Tvn드라마 <미생> 中

 

동창이 결정권자이니 쉽게만 풀릴 줄 알았던 영업이, 오히려 을(乙)영업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그리고 결국 동창인 사람에게 오 과장은 허탈하게 뒤통수를 맞고 기대했던 계약은 날아가고 말아 버립니다.

 

Tvn드라마 <미생> 中

 

종합상사는 기본적으로 을(乙) 영업 입니다.

드라마 대사에서도 나오지만 '가끔' 갑(甲)의 위치에서 영업하기도 합니다. 사실 을과 갑의 개념은 꼭 종합상사이기 때문에, 혹은 제조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닙니다. 통상은 서비스를 판매하고 그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 누구냐에 따라 갑과 을이라는 단순한 순서의 개념이 정해집니다. 종합상사는 물건 제조사, 구매자에게는 트레이딩 (판구매)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은행 (혹은 타 금융회사)과 물류회사는 종합상사에게 금융과 물류서비스를 제공 합니다. 따라서 서비스의 이동방향에 따라 갑과 을의 위치를 논하기도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일방적인 갑과 을이라는 행태는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를 잘 이용해 현명하게 돈 버는게 최고 입니다.

 

하나의 산업은 긴 가치 사슬 (Value Chain)으로 형성되어있고 이 V/C 안에서 각기 다른 역할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통상 상사의 영업 (매매) 자체는 제조사 혹은 최종수요가 (End User) 사이에서 매매를 성립시키는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 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업(業)이 태생적으로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상사 커모디티 매매는 수요 공급의 상황이 예전과 많이 변했고, 이에 따른 위치가 많이 변했습니다. 종합상사이지만, 자체적인 투자 및 Off-Take 방식의 상품 구매 및 판매 등은 甲의 위치를 지켜가기도 합니다.

 

아무튼 위에서 설명했듯이 전통적으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 형태의 업무를 제공하는 경우가 甲보다는 乙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상사맨, 증권맨, 컨설턴트 등등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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