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은 상대하지 말라" 

혼란스러운 군웅할거 시대,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비며 생존과 번영을 위한 삼국시대 역사 속 위인들의 이야기는 현시대의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기 때문에, 삼국지를 정독하고 분석한 사람들의 처세술은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보다는 뛰어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상대해야 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사실 삼국지에서 말하는 처세술이라는 것이 적벽대전, 이릉전투, 관도대전, 제갈량북벌 등 수많은 전쟁 속 시나리오보다는 개별 인물들의 개성과 행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릴 적 삼국지라는 역사 콘텐츠에 매료되어 아무리 책을 읽고 컴퓨터 게임을 해봐도 어떤 처세술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조직생활을 경험하며 삼국지 속 인물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살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역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유비, 관우, 장비 도원결의 삼형제와 천하 삼분지계를 주장한 천재 제갈량을 좋아할 것입니다. 반면에, 악역으로 등장하는 조조와 끝판왕 사마의의 경우 대중들의 인식 속에 좋은 인상을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록 사마의가 위나라 3대 (조조, 조비, 조예) 를 모셨지만, 막판에 가장 거대한 정치력을 행사할 시점에 쿠데타를 일으키며 진나라 건국의 토대를 세웠고, 이 때문에 중국 역사에서 평가절하를 받고 있지만, 현세의 처세술에서 가장 큰 본보기를 주는 인물은 사마의 중달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사마의 초상화 / 게임속 사마의 / 드라마 속 사마의


사마의는 중국 하남 온현 출신으로 엘리트 집안에서 성장했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주요 요직을 거쳤으며 이 때문에 교육도 제대로 받았고요. 지금으로 따지면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상급 공무원 출신에, 대기업 간부까지 거친 사람들인 거죠. 어릴 적 부터 큰 키에 학문에 깊이가 있고 특유의 강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낭고지상(狼顧之相) 으로 몸은 움직이지 않고도 목을 180도 돌려 뒤를 볼 수 있다고 하여 전형적인 반골의 상으로, 또한 그의 속내를 절대로 드러내는 일이 없었으니, 조조와 조조의 1급 군사참모인 곽가 등에게 수많은 테스트를 받습니다. 의심이라면 당시 천하제일이었던 조조 조차도 종국에 의심을 거두고 점차 중용하기 시작하지요. 심지어는 평생을 같이 살아온 아내 장춘화 조차도 사마의 속내를 알 수 없다고 투덜 거렸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사마의가 펼친 전략은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韬光养晦) 전략이었습니다. 최대한 겸손 또 겸손, 낮추고 또 낮추며, 본인이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설 때를 파악하고, 어떠한 낮아 보이는 일을 맡아도 특유의 총명함과 성실함을 앞세워 허드렛일도 확실하게 처리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사람의 신뢰를 점차 쌓아 나갑니다. 

 

* 낭고지상(狼顧之相) : 낭고(狼顧)란 '이리가 뒤를 돌아본다' 는 뜻으로, 의심 많은 이리와 같이 뒤를 돌아보는 상(相)을 의미. 보통 반골의 상으로 불림. 
* 도광양회 (韬光养晦) :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또한 자신의 위치가 극도로 불리해질 경우는, 반드시 그 상황의 중심에 서서 온몸으로 총알을 막아내며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닌, 반드시 빠져나와서 다시 때를 기다리는 것이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이런 상황에서는 둥근 돌로 변신을 꾀하여 본연의 모습을 감춰 버리고 사람들의 견제를 피하는 전략인 것입니다. 즉,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그 예시로 대장군 조상일가와 대립 및 조조 휘하에서 일을 할때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렇게 본인이 먼저 나서는 일이 없었으니, 주변에 적이 거의 없었으며 시기 혹은 질투를 받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진군, 순욱 등 당대 최고의 선배 참모들을 하나둘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여러 중요한 순간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흐르는 물은 쉬지 않는 법이지요. 신은 여기까지 오면서 그 어떤 적도 두지 않았고, 오로지 벗과 스승만 만났을 뿐입니다." - 사마의

사마의 역시 유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후흑(厚黑)의 달인이었는데, 일단 이는 철저하게 전략적인 겸손함을 바탕으로 자기 속마음을 감추고 함부로 실력을 보여주지 않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조조의 러브콜에도 중풍이 걸려 일을 못한다는 온갖 핑계를 대며 응하지 않았고, 조조가 사람을 보내 몰래 살펴보니 정말로 중풍 걸린 사람처럼 누워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었다고 합니다. 의심 많은 조조는 본인이 이렇게 거절하는 것에 대해 반드시 감시하여 진짜일지 확인을 할 것이라고 사전에 판단하여 의심을 거두게 하는 전략이었죠. 결국, 관도 대전에서 하북의 원소를 평정하고 돌아온 조조로부터 다시 들어온 러브콜를 더는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조조 휘하에 입관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조조의 러브콜를 무시하고 추후 수락한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設이 있는데, 본인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상대의 제안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조조가 당대 최대 라이벌인 원소를 평정하였으니 이제 마음 놓고 입관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이 있었을 것의 평가가 많습니다. 

조조 사후, 조비 라인을 잘 타서 더욱 중용을 받게 되지만, 뛰어난 능력 때문인지 아무리 겸손하여도 조씨 외척 일가인 조휴, 조진, 조홍 등으로 부터 지속적인 견제를 받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비추어 보면, 만약에 사마의가 본인을 낮추지 않았으면 아마도 중간에 어떠한 구실로든 변을 당했을 겁니다. 

위촉오 삼국시대 개막 후, 촉의 승상 제갈량을 격파하고, 위나라 3대 황제 조예 사후 어린 꼭두각시 황제 조방을 둘러싼 대장군 조상과 권력 대결에서 모두 사마의 승리로 끝나고 결국 조위를 찬탈하여 서진을 세우게 되는 데에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 행동 전략이 유효했을 것을로 봅니다.

첫째, 마음을 항상 비우고 절대로 경거망동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제갈량 북벌 전투)
둘째, 도광양회로 항상 낮은 자세로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힘을 축적한다. (조조, 조비, 조예 휘하)
셋째, 행동을 결정하면 바로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한다. (조예 사후, 대장군 조상 격파)

또한 드라마 사마의 군사연맹에서 서로 처절하게 싸우던 상대 제갈량이 병을로 죽은 것을 확인한 사마 의가 던진 대사 한마디에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사람의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음이 맑아야 밝은 뜻을 세울 수 있고, 마음이 고용해야 포부를 이룰 수 있다. 이 물이 투명하고 깨끗하여 맑고 고요하니 마치 그대의 삶과도 같구려. 난 그대와 6년을 싸웠지만, 그대를 벗을로 여겼소. 공명. 내 존경을 담아 부르리다. 선생(先生)" - 사마의

 

혹시 주변에 사마의 같은 사람이 있어 보이나요? 그럼 그 사람과는 절대로 등을 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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