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일상은 주로 코로나19 이전의 본사에 근무하는 대리/과장급 상사맨의 지극히 평범한 생활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종합상사의 꽃인 해외주재원의 일상을 한번 엿보겠습니다.

 

 

 

 



- 오전 7시 40분

사무실 올라오기 전 밑에 커피숍에서 모닝커피 한잔을 사 들고 설레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한다. 엘리베이터에 타면 여러 동료 직원들의 표정이 눈에 띈다.

어제 거래처와 과음으로 숙취가 있는 동료, 시차가 있는 해외 바이어와의 계약상의 마찰로 밤늦게까지 마음고생 한 것으로 보이는 동료, 실적이 좋은지 마음이 가벼워 보이는 동료까지..

 

나의 오늘 하루는 과연 어떨까?

같은 상사맨이라도 취급하는 아이템과 사업모델은 모두 다르다.

 

나는 일반 원자재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부서의 일원으로서, 국제 시장 동향 및 각 품목의 시황부터 점검하고 정리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원자재이기 때문에 하루하루의 변동폭은 고스란히 나의 기존 진행 중인 계약 및 프로젝트와 연결된다.

 

- 8시 : 업무 시작 전의 워밍업

이메일을 켜고, 혹시 전날 저녁에 들어와 있는 메일은 없는지, 주요 알림 메시지는 없는지 확인을 한다. 

 

대략적인 확인은 끝났고,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해야할 일을 나열해보고 하루 동안 최소한 진행해야 할 업무일정을 점검한다.

 

 

- 9시 : 업무 개시

해외 어느 지사에 전화해야 할지, 어떤 고객사에 전화를 해야 할지, 내가 수출 판매한 제품이 어디까지 도착했는지, 내가 계약했던 건들의 대금만기일에 맞춰 바이어들의 대금결제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 지, 또한 윗분의 지시로 보고서 작성 건은 없는지. 나의 월별 목표에 따른 현재 달성한 실적과의 괴리는 얼마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나는 무슨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신수종 아이템을 개발하고 고객사를 발굴할지 등등 수많은 진행해야 할 업무들과 해결할 과제들이 산더미이다.

 


-10시 : 주요 해결 과제 집중

벌써 10시이다. 일주일 전 중국 거래처에 수출 판매한 제품의 원료가격이 우선 오늘의 선물시장에서 반영하며 요동을 치고 하락을 한다. 사인 된 계약서는 중국 지사를 통해 계약 그날 전달받았지만, 신용장은 오늘까지 은행을 통해 접수를 하여야 하나, 아직 받지 못하여 매우 불안하다. 다시 한번 계약파일을 열어 계약서에 사인은 잘되어있는지, 신용장 신청서 (Draft)의 내용은 문제가 없었는지, 혹시나 은행에 이미 들어온 것은 아닌지 금융부서에 확인해보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 상대업체가 해당 물건에 대한 확실한 구매의사 증표인 은행의 신용장 원본 Cable 문서가 내 손에 들어와야 좀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약서 계약 후 5영업일로 명시했던 게 조금 아쉽다. 좀 더 일찍 받는 쪽으로 해볼 걸 하는 후회를 해본다.

해당 해외지사에 연락하였다. 담당자는 안심하라며, 업체가 출근하면 확인하겠다고 한다. 중국인의 영어가 서툰것인지 모르겠지만 말투를 들어보니 큰 문제는 없어 보이고, 시장에 reputation이 충분히 있는 큰 업체라고 하니,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의 걱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하지만 걱정되니 매시간 마다 연락을 필수! 만약에 일이 잘못되면 Plan B를 시행하여, 예상되는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


-11시 : 외근 

11시가 됐다. 나의 직속 사수가 외근을 나가자고 한다. 오늘은 금번에 수출 계약을 한 물품의 한국 주요 공급업체이자 우리 부서의 핵심 거래처인 D사와 점심이 약속 돼 있다. 11시 반 약속 시각에 거래처 사무실에 도착하여 간단히 안부인사 및 최근 시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점심을 먹으러 간다. 오늘의 메뉴는 북어 해장국, 거래처 차장님이 어제 술을 좀 마셨나 보다.


배불리 점심을 먹고, 인근 커피숍으로 옮겨가 추가로 앞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업계의 동향은 어떤지, 물품의 생산 상황은 어떤지, 혹시 공장 가동에 특이사항은 없는지, 그리고 사적인 근황까지 챙겨본다. 그리고 언젠가 가질 저녁 술자리를 약속하며 헤어진다.


- 오후 1시 : 복귀

열심히 운전하고 오는 길에 낯설지 않은 연락처로 연락이 온다. 내가 오늘 계속 연락 중인 해외지사의 주재원이 직접 전화를 주었다. '별 일이 아니라면 현지 직원이 연락 주면 되는데, 왜 굳이 주재원이 전화를 하였을까?' 반신반의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받았고, 응답은 신용장을 무사히 받았으니 나보고 안심하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내 목소리가 듣고 싶고 이것저것 직접 묻고 싶은게 있어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작은 산을 넘은 기분이다. 


- 오후 1시 30분 : 제품 프로모션 및 추가 거래처 미팅

사무실로 돌아와 추가로 메일이 온 것은 없는지 확인을 하고, 다음 주 있을 중동 국외 출장 스케쥴을 작성하여, 팀장에게 전자보고를 올린다. 동시에 요새 목표실적을 50%밖에 달성하지 못해, 추가로 어떤 제품을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 웹서핑도 하다가 잠시 멍때리기도 해보고, 코트라 사이트도 들어가 수출실적을 열람해 보고, 여기저기 지사에 홍보 이메일과 전화도 돌려본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내가 주로 협업을 하는 물류업체의 담당자가 잠깐 일이 있어 우리 회사에 들렸다고 한다. 시간 되면 잠시 보자고 하여, 내려가서 또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를 한다. 

 

내 경쟁사 동향은 어떤지. 혹시 내가 생각 중인 신규 제품의 물류현황은 어떤지. 그 물품이 요새 어디서 어디로 주로 나가는지? 이런 여러 가지 정보를 묻다 보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답이 나오고는 한다. ‘어라. 그 제품 저의 다른 고객사에서 진행 중인 걸요. 제가 사무실 돌아가면 관련 자료 한번 보내드릴게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해답을 찾았고, 그래서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사무실로 올라온다.


- 오후 4시 30분 : 퇴근 전 신사업 위한 메일 발송

나의 주력 제품 수출 외에 신제품 사업의 진행을 위해 선정된 국가의 해당 국외지사로 하나하나 정성껏 메일을 쓴다. 마치, 농부가 씨를 뿌리는 기분으로. 씨의 싹이 안 틔어도 좋고 늦게 튀어도 좋다. 일단 시작이 절반이니까.


- 오후 6시 : 퇴근 및 회식

진행 중인 사업건의 실무 챙기랴, 사업 개발 하랴, 위에서 시킨 보고서 쓰랴. 어느덧 벌써 시계가 6시를 가르친다. 오늘은 부서 회식이란다. 오랜만에 부서 사람들과 회포를 풀고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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