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일본 종합상사들을 통해 바라본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국내 종합상사에게도 脫 단순무역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꾀할 수 있는 좋은 창구였습니다.

더군다나 2008년도 당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등 정치적으로도 매우 탄력을 받는 시점에서 다양한 영역에서의 종합상사의 자원개발 사업은 당연시 되었습니다.
하지만 미얀마 가스전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포스코인터내셔널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국내 종합상사들의 현재 진행형의 성공적인 자원개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되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대부분 종합상사에게 있어 약간은 계륵 같은 수식어이기도 합니다. 일부 업체에 한해서는 금기시되는 단어이기도 하지요.

 

주요종합상사 자원개발 사업내역


사실 자원개발사업은 단기간에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미래가치를 보고 결정하는 장기적 투자 사업이고 자원안보라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업 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경우도 지금 결과를 만들기 까지 거의 5년이상이 걸렸고요.


하지만 원자재의 가격은 등락을 반복하고, 사업운영, 국가, 정치 등 직접 컨트롤 할 수 없는 다양한 외부환경의 리스크에 노출 되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사업군이고 ,초반부터 이렇다 할 성과와 기대감 없이 큰 손실을 지속하는 경우는 해당사업의 지속여부를 다시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High Risk, High Return의 자원개발사업이 매력적이면서도 손쉽고 발 빠르게 투자하지 못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해외 자원개발이 아닌, 다른 비즈니스 영역에서 과감한 인수합병 및 투자를 통해 회사의 이익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례를 한번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보면 종합상사는 반드시 트레이딩 혹은 자원개발만을 하는 것이 아닌 돈 되면 다한다 라는 것을 알 수 느낄 수 있습니다.

 

 

엘지상사 

 

엘지상사 홈페이지 사업소개 화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엘지상사는 전통적인 코모디티 트레이딩 기반의 회사였습니다. 아울러 석탄을 제일 잘하는 국내 종합상사였고요. 


특히나 석유화학 원료 및 철강 등 전통적 글로벌 트레이딩에 강점을 보였고, 석탄 투자 등이 성공하며 이에 대한 사업 시너지도 많이 났어요.
하지만 석유화학 원료 트레이딩의 손실 및 석탄 및 팜오일 등 자원개발 사업의 고배를 마시며, 엘지상사는 그야말로 사업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먼저 철강 등 비주력 매매 사업부 규모를 대폭 줄였고요. 석유화학 등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사업구조 축소 등을 감행했습니다. 

인연은 어떻게 만나도 결국 인연이 되는 것인지..

2015년 엘지상사는 물류 통합 시너지 차원에서 범한 판토스라는 포워딩 물류사를 인수합니다.
포워딩 회사는 말 그대로 화물의 수출입 면허, 운송, 서류 등 각종 물류 관련 서비스를 대행하는 업체입니다.
많은 물동량을 취급하는 종합상사와 포워딩 회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협업관계이죠. 
이런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종합상사인 엘지상사가 범한 판토스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의아할 수도 있지만 다들 그러려니 했습니다.
왜냐하면 범한판토스 역시 범 엘지 가문에서 창업한 회사였고, 엘지그룹 (화학,전자 등) 물류 업무를 대거 가져오면서 폭풍 성장 했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엘지상사는 판토스를 인수한 이후 석탄개발 사업이 내림세를 그릴 때 물류사업이 빛을 보게 되고요. 2019년 결산 기준으로는 엘지상사 영업이익 중 물류사업의 비중이 75%까지 차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엘지상사를 물류회사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 있어요.

그리고 특이한 점은 엘지상사는 엘지그룹의 물량 취급이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판토스는 엘지그룹의 물량을 많이 취급한다는 점에서 사실 고무적입니다. 단순히 그룹사 간 밀어주기의 개념은 아니고, 실제로 선사와의 협력을 통한 좋은 운임을 확보하는 데 많이 주력한 것 같습니다.  

 

 

SK네트웍스

  

SK네트웍스 홈페이지 사업소개 화면


상사, 주유소, 그리고 패션 등 3대 주축 사업이었던 SK네트웍스는 상사업을 기본으로 유지하는 사업재편에 나서게됩니다 


주유소와 패션을 과감하게 정리 하는 것이었죠. 
사실 상사의 화학사업, 그중에서 SK네트웍스가 강점을 보였던 Polyester 원료의 트레이딩 사업은 의류사업과도 연관이 컸기에 패션사업부문과 시너지를 낸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 그룹 차원에서 상당히 좋은 그림이고, 해외 트레이딩 사업에도 적절하게 홍보할 수 있는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였습니다.  
1950년대 선경직물 이라는 섬유회사에서 발전한 SK네트웍스가 이런 점에서 패션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것은 사실 본업을 정리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만, 자원개발의 실패 및 회사의 구조조정 등의 숙제가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냉정한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DENY, 타미힐피거, 케빈 클라인 모두 SK네트웍스가 사업하던 브랜드입니다. 
아무튼, 이 패션 부문을 모두 현대백화점 계열인 한섬에 매각하여 3000억 원 확보합니다. 

두번째로 에너지 부문 정리인데,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주유소 및 LPG 충전소 등 유형자산과 가맹점에 판매하는 유류 판매권 등 도소매사업 정리입니다. 
유형자산은 현대오일뱅크 및 사모펀드 등에 넘겼고, 판매권은 SK에너지 등에 넘겼고요, 이를 통해서 거의 2조 가까운 자금을 확보합니다.  

뇌피셜로는 아마도 과거 자원개발에 따른 부실채권 정리 및 신사업 속도에 발을 맞춘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무튼 이런 과거의 핵심부문을 정리하며 인수를 단행한 신규 사업영역은 렌탈 사업 입니다.  


일단 우리가 최근 평소 많이 접하는 'SK 매직~' 이 광고음악의 주인공인 SK매직은 SK네트웍스가 인수한 과거 동양매직이라는 회사에요. 그리고 SK렌터카도 SK네트웍스가 AJ렌터카를 인수하여 재탄생 시킨 업체입니다. 모두 SK네트웍스가 인수 / 운영하며 사업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SK네트웍스는 회사 이익의 70%를 SK 매직과 SK렌터카의 대여 비즈니스를 통해 창출한다고 합니다.  

과거 SK그룹이 부실의 하이닉스를 인수하여 국보급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로 재탄생시킨 것을 보면..
SK그룹은 적당한 시점에 회사를 인수해 재탄생시키는데 탁월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돈 되는 사업을 골라 해야 하는 상사의 특성상 상사의 변신은 정말 무죄인 것 같습니다.

 

 

이것이 결국 종합상사의 매력이 아닐까요?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