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살 때 나의 가장 큰 행복은 비디오가게에서 만화영화를 빌려 와서 보는 것이었는데, 그 중 특히 성인이 돼서도 기억이 남는 것이 볼테스V, 콤바트라V 등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이다.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많은 일본의 만화, 게임의 콘텐츠가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으로 지금같은 인터넷 기반이 없었기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많은 일본 만화영화가 한글로 더빙이 되어 배급 되었었다.우리나라에서는 당시 공중파TV에서는 방영 되지 않았고, 비디오 대여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만화영화이다.

 

볼테스 V 

 

 

총 40화 구성으로, 1977년도 제작되었고 총감독은 나카하마 타다로는 지금은 고인이 되었고 컴바트라V 및 이후 베르사유 장미, 달타니어스 등을 제작한 입지적인 인물이다.

 

일본이 참으로 대단한 것은 이미 30년도 더 지난 만화영화가 지금 다시 봐도 촌스럽지 않다는 것과, 다시 리메이크되어 재탄생 되고, 더욱이 실사 버전으로도 최근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2015년 리메이크버전, 오히려 옛날 버전이 더 멋지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일본은 전 세계 1위 만화산업 국가로서, 그 규모는 약 2,600백만 달러라고 하는데 미국 900백만 달러, 대한민국 450백만 달러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이다.

일본은 이렇게 잘 만든 한 편의 만화영화를 통해 게임, 음악, 완구, 그 외 여러가지 문화 등으로 파생되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어마어마한 이득을 정말 잘 누리는 것 같다.

볼테스V는 특히나 주제가가 매우 인상적이고 경쾌한데, 일본의 성우이자 가수인 호리에 미츠코 (堀江美都子, 1957년생) 가 불렀다.

 

호리에 미츠코

 

 

볼테스V가 필리핀에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1978년 국영방송에서 방송해줬는데 당시에는 저녁 6시 ~ 6시 반 사이가 되면 볼테스V를 보기위해 필리핀 거리에 사람이 없었을 정도였고, 최고 시청률은 58%까지 기록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엄청난 양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일본으로 수입 됐다고 한다.

 

다만, 어른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이 일본만화에 너무 집중하는 것 자체에 불만을 느낀 것인지, 만화영화의 폭력성 등을 거론하며, 방송중지에 대해 항의를 하였고, 당시 페르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이 나서서 볼테스V 방송 중단을 시켰다고 한다.

 

 

이렇게도 많은 필리핀 국민들이 열광하는 만화영화의 내용 (악에 대항한 정의의 수호) 이 당시 필리핀 독재 정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는 소문도 있고, 볼테스V를 배급하는 필리핀의 회사가 정권과 유착이 없어 퇴출 당했다는 소문도 있다.

결국 독재하다시피 국가를 망치고 있던 마르코스 대통령이 1986년 부정선거에 발목을 잡히며, 민중들의 폭발과 함께 피플파워라 불리는 혁명으로 결국 대통령이 직을 사임하고 하와이로 망명하고 나서야, 그간 중단됐던 볼테스V가 다시 방송을 재개하기에 이른다.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대통령

 

그리고 그 후 1999년에 재방송 되었고 시청률은 무려 35%에까지 육박했다고 한다. 덕분에 주제곡을 부른 호리에 미츠코는 필리핀에서 국빈급 대접을 받는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

 

심지어 아래 유튜브 영상처럼 필리핀에서는 교회에서도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니..대충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짐작이 된다.

 

 

그냥 어릴 적 좋아했던 단순한 만화영화가 어느 특정 국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문화컨텐츠의 힘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화영화 주제곡을 마치 인기가요 부르듯이 부르고, 또 즐겨주는 관중이 있는 저 문화가 참 부럽다.

 

올해 필리핀에서 상영예정이라고 하는 볼테스V 실사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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